"마! 이게 명나라 에르메스다!" 세로 3미터짜리 거대 꿩 그림에 숨겨진 비밀
조선 시대 보부상이 들려주는 "명나라 명품 그림" 야바위(?) 해설

"마! 이게 명나라 에르메스다!" 세로 3미터짜리 거대 꿩 그림에 숨겨진 비밀
에헤이, 지나가는 나그네님들, 발걸음 잠시 멈추고 이 그림 좀 보소! 내가 오늘 가져온 썰은 저 멀리 대명제국을 뒤흔들고 조선 사대부들의 지갑을 탈탈 털었던 전설의 디자이너, 여기(呂紀) 가라사대, ‘화조화’ 되시겠소!
자, 다들 눈 크게 뜨고 보시오. 이 그림 크기가 얼마냐? 세로가 삼 미터 십팔 센티미터요! 축 길이만 해도 백십팔 센티가 넘소. 이거 들고 다니다가 담 걸리기 딱 좋은 사이즈지. 조선의 웬만한 오두막집에는 걸지도 못해요. 대감집 대청마루는 돼야 "어이쿠, 명나라 명품 신상이 왔네?" 하고 걸어두는 사이즈란 말이요.

이 그림을 그린 ‘여기’라는 양반은 1477년쯤 태어났는데, 성격이 아주 여우 같았소. 남송 시대 원체 화풍이니, 절파 화풍이니 하는 당대 유행하는 건 죄다 지 그림에 비벼 넣었거든. 짬짜면처럼 말이오!
그림을 보시오. 여기 물가 절벽이 있지 않소? 바위는 그냥 먹물 툭툭 묻혀서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스타일로 거칠게 그렸소. 그런데 반전은 지금부터요. 나무에 핀 매화랑 동백꽃, 그리고 저 꿩 무리를 보소. 새 깃털을 얼마나 잘 그렸는지, 당장이라도 "꿩꿩!" 하고 튀어나와 내 뺨을 때릴 것 같지 않소?

이게 바로 ‘공필구륵’이라는 기술이오. 선을 칼같이 따고 색을 화려하게 입히는 건데, 쉽게 말해 ‘ 인간 포토샵’이었던 거지.
근데 왜 하필 ‘꿩’이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옛날 사람들은 꿩을 아주 상서로운 새, 즉 ‘출세와 지조’의 상징으로 봤소. 게다가 새들이 전부 쌍쌍이 붙어있지 않소? " 솔로들아, 염장 질러 미안하다! 하지만 우린 부귀영화 누릴란다!" 하고 외치는 부부 금슬의 아이콘이란 말이오.

오른쪽 아래를 보면 이 양반이 빼놓지 않고 "여기(呂紀)"라고 딱 이름을 써놨소. 요즘으로 치면 가방 하단에 ‘샤넬’ 로고 박아놓은 거랑 똑같소. 명품 인증 마크지!
이 대단하고 웅장한 그림이 나중에 조선 백성들 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오? 조선 백성들은 "아이고, 명나라 형님들 그림 너무 빡빡하네!" 하면서, 꿩을 닭처럼 친근하게 그리고, 매화나무를 동네 뒷산 뽕나무처럼 구수하게 바꾸어버렸소. 그게 바로 우리가 아는 ‘민화’의 시작이외다! 원조 맛집의 웅장함을 보고 싶다면 국립중앙박물관 동원2623호를 꼭 찾아보시오. 아는 척하기 딱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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