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는데 나는 늙어간다? 안중식의 『매화노인도』, 알고 보면 조선판 꽃중년 이야기"

매화는 스무 살, 나는 예순 살
나는 안중식이다.
어느 날 매화를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나왔다.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꽃은 핀다.
작년에도 피었고 올해도 핀다.
내년에도 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매화는 변함없이 아름다운데 거울 속 내 모습은 해마다 조금씩 변하고 있다.
머리는 희어지고 눈가는 깊어졌다.
요즘 말로 하면 매화는 영원한 동안인데 나는 자연스럽게 노화가 진행 중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매화노인도」를 그렸다.

꽃보다 할배! 안중식 매화노인도
사람들은 흔히 매화를 그렸다고 하면 아름다운 꽃 그림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이 그림은 꽃 자랑이 아니다.
주인공은 매화 옆에 서 있는 노인이다.
그 노인은 꽃을 바라본다.
매화도 노인을 바라보는 것 같다.
마치 이런 대화가 오가는 느낌이다.
매화 :
"형님, 올해도 왔네요?"
노인 :
"그래, 또 한 살 먹고 왔다."
매화 :
"전 그대로인데요?"
노인 :
"...너무하네."
그 순간 웃음이 난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묘한 철학이 숨어 있다.

"100년 전 그림이 알려주는 행복의 비밀, 매화노인도"
내가 살던 조선 말기는 정신없는 시기였다.
밖에서는 일본과 열강들이 조선을 둘러싸고 있었고 안에서는 개혁과 변화가 끊이지 않았다.
요즘으로 치면 뉴스만 틀면 속이 답답한 상황이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자연으로 향했다.
왜냐고?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나라가 흔들려도 매화는 핀다.
권력이 바뀌어도 봄은 온다.
사람은 변해도 자연은 자기 자리를 지킨다.
그 사실이 큰 위로였다.
현대인이 보면 더 재미있는 그림

요즘 사람들의 안티에이징인
좋은 화장품도 사고 피부과도 가고 건강식품도 챙긴다.
그런데 매화 앞에서는 누구나 패배한다.
매화는 매년 리즈 시절이다.
반면 인간은 사진 앱 필터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매화노인도」는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그림 같다.
"늙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꽃처럼 살려고 하지 말고 사람답게 살아라."
나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편해진다.
"매화는 안 늙는데 사람은 왜 늙을까? 안중식 매화노인도
매화노인도는 노인을 그린 그림이 아니다.
시간을 그린 그림이다.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그림이다.
매화처럼 영원히 젊을 수는 없지만 매화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은 평생 늙지 않는다.
그래서 이 그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