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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도 감탄했다!" 금강산 여행하다 넋 놓고 그려버린 《신묘년 풍악도첩》 이야기

복다미 2026. 6. 11. 22:22



"겸재 정선도 감탄했다!" 금강산 여행하다 넋 놓고 그려버린 《신묘년 풍악도첩》 이야기
 겸재 정선의 《신묘년 풍악도첩》 속 장안사·사선정·총석정

《신묘년 풍악도첩》
《신묘년 풍악도첩》


 정선, 장안사, 사선정, 총석정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 조선시대에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겸재 정선 선생은 하루 종일 사진을 찍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기 대박인데?"
"잠깐만! 이건 꼭 찍어야 해!"
"아니, 이 풍경을 그냥 지나가라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카메라는 없었다.
대신 정선에게는 붓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신묘년 풍악도첩》이다.

 장안사, 내금강 입구에서 "와!" 하고 탄성이 나온 곳
 장안사, 만천교, 내금강

《신묘년 풍악도첩》
《신묘년 풍악도첩》


금강산을 바라보며 걷다가 본격적으로 산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정선은 아마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잠깐… 여긴 좀 심한데? 너무 아름답잖아?"
장안사는 내금강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절이다.
그림 속에는 둥근 무지개처럼 휘어진 만천교가 보이고, 그 뒤로 석가봉, 관음봉, 지장봉이 우뚝 솟아 있다.
특히 바위 봉우리들이 유난히 크게 표현된 것이 인상적이다.
마치 정선이 "여기 바위들 정말 멋있습니다!"라고 강조하는 것 같다.
그리고 금강천으로 흘러드는 시냇물까지 세심하게 그려 넣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대충 그려도 되겠지."
하고 넘어갈 법도 한데,
정선은 하나하나 놓치지 않았다.

지금으로 치면 여행 가서 풍경 사진을 300장 찍는 사람과 비슷한 성격이 아니었을까?

 사선정, 화랑들도 놀다가 집에 가는 걸 잊어버린 명소
사선정, 삼일호, 화랑

《신묘년 풍악도첩》
《신묘년 풍악도첩》


사선정 이야기는 더 재미있다.
신라 시대 영랑을 비롯한 화랑 네 사람이 이곳에 왔다가 경치에 푹 빠져 무려 사흘 동안 집에 갈 생각을 잊어버렸다고 한다.
요즘 말로 하면
"시간 순삭!"
이었다.
아마 부모님께서는
"얘들아, 대체 언제 들어오니?"
라고 걱정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화랑들은
"잠깐만요. 여기 너무 좋아서 조금만 더 놀게요!"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름도 사선정(四仙亭)이 되었다.
정선은 삼일호를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그림을 그렸다.
둥글게 펼쳐진 호수는 마치 한 폭의 거울 같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왜 화랑들이 사흘 동안 정신을 못 차렸는지 이해가 간다.
사실 필자 같아도 그곳에 가면
"오늘은 그냥 집에 안 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총석정, 정선마저 욕심을 부렸던 절경
 총석정, 통천, 돌기둥

《신묘년 풍악도첩》
《신묘년 풍악도첩》


총석정은 지금 봐도 놀라운 풍경이다.
절벽 위에는 정자가 있고,
바닷가에는 네 개의 돌기둥이 우뚝 솟아 있다.
멀리 섬까지 보인다.
그런데 정선은 욕심이 생겼던 모양이다.
"저것도 넣어야지."
"저 풍경도 멋진데?"
"아니야, 저 섬도 그려야 해."
결국 보이는 것을 하나도 놓치기 싫어서 이것저것 모두 그림 속에 담아 넣었다.
마치 여행 가서 사진 200장을 찍고도
"아, 이것도 찍어야 했는데!"
하며 아쉬워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만큼 총석정의 풍경이 압도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묘년 풍악도첩》은 조선판 여행 브이로그였다

 정선, 금강산, 진경산수화

《신묘년 풍악도첩》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된다.
겸재 정선은 단순히 산을 그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감탄했고,
즐거워했고,
놀랐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 보기 아까워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붓으로 기록을 남겼다.
오늘날 사람들이 여행을 다녀와 사진을 올리고 영상을 남기듯,
정선은 그림으로 추억을 저장했다.
어쩌면 조선시대 최고의 여행 작가는 겸재 정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3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의 그림을 보며 함께 감탄하고 있다.
"와… 정선 선생님.
이 풍경은 정말 그냥 지나칠 수 없었겠네요."
아마 하늘나라에서 정선 선생도 흐뭇하게 웃으며 말씀하실지 모른다.
"거 봐. 내가 괜히 그린 게 아니라니까."
그리고 또 붓을 들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셨을지도 모른다.

《신묘년 풍악도첩》
《신묘년 풍악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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