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을 던지고 탈출한 오후화실 구석에서 며칠째 멍하니 앉아 분채 가루나 개고 있으려니, 슬슬 머리에서 쥐가 나기 시작했다. 선(線) 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작업실을 탈출하지 않으면 조만간 붓을 부러뜨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어제 오후, 무작정 슬리퍼를 끌고 작업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목적지는 요즘 상하이에서 그렇게 핫하다는 판룽 띠엔띠(Panlong Tiandi / 蟠龙天地)."그냥 커피나 한잔 때리고 오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참 직업병이 무섭다. 화가는 어딜 가나 사방이 다 캔버스로 보이고, 인테리어가 다 오브제로 보이니까. 잠시 머리 식히러 갔다가 오히려 뇌가 팽팽 돌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받고 돌아온, 지극히 주관적이고 흥미진진했던 어제의 '돌발 외출기'를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