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끝에 머문 가을의 소란, 그리고 뱁새 눈이 된 돌쇠의 한숨- 양반의 ‘길상(吉祥)’과 농민의 ‘비상(飛上)’, 그 복장 터지는 동상이몽화선지 위에 마지막 먹을 찍어 내리고 붓을 씻는다. 가로 57.6cm, 세로 138.8cm의 종이 위에는 지금 수많은 참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쏟아지듯 날아들어 가을 들녘을 뒤흔들고 있다.이 그림을 본 저 높은 양반네들은 헛기침을 날리며 한마디씩 하겠지. “허허, 참새 무리가 조와 수수를 쪼아 먹는 모습이 참으로 사실적이구나! 저 휘어진 가지를 보아라. 중국 청나라에서는 이 ‘군작도’가 복을 가져다주는 길한 그림이라더니, 과연 가을의 풍요로움과 수확의 즐거움이 미리 엿보이는도다!”…라고 고상하게 수염을 쓸어내리실 양반 나으리들께는 참으로 죄송한 말씀이지만, 당장 저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