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숏폼 크리에이터들이 남긴 레전드 ‘화첩 짤방집’ (feat. 소장번호 본관 2389)
안녕하세요, 현대의 예술 노예이자 하루하루 마감에 쫓기며 아메리카노를 수혈하는 현직 작가입니다. 여러분, 요즘 다들 스마트폰으로 인스타 릴스나 유튜브 숏폼 보면서 킥킥대시죠? "아, 조선시대 사람들은 스마트폰도 없고 넷플릭스도 없어서 심심해 미쳤겠네"라고 생각하셨다면 진짜 큰 오산입니다.

그 시절 조상님들에게는 아이폰보다 더 핫하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우주 최강의 스크롤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오늘의 주인공, ‘화첩(畵帖)’ 되시겠습니다!











쉽게 말해 화첩은 종이나 비단을 접어서 만든 ‘휴대용 그림 묶음집’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오프라인 사진 갤러리 앱’인 셈이죠. 친구 만나서 "야, 나 이번에 새로 산 그림인데 개 웃김, 함 볼래?" 하면서 슬쩍 펼쳐 보여주던 아이템이 바로 이 화첩입니다. 그중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에 고이 모셔진 소장품 번호 [본관 2389] 같은 보물들은 그 시절 ‘좋아요’를 수만 개쯤 받았을 레전드 피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그 화첩 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민화(民畵)’를 보면, 솔직히 요즘 도파민 중독자들은 명함도 못 내밉니다. 자, 민화의 대표 주자 ‘호작도(호랑이와 까치 그림)’를 한번 떠올려 볼까요?
원래 호랑이는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고 액운을 막아주는 무시무시한 괴수여야 합니다. 그런데 민화 속 호랑이를 보면 어라? 앞니는 다 빠져서 바보처럼 헤 벌리고 있고, 눈은 사시(斜視)가 되어서 까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맹수의 카리스마는 개나 줘버렸고, 그냥 동네 편의점 앞에서 츄르 달라고 떼쓰는 뚱냥이 비주얼입니다. 반면에 그 위에 앉은 까치는 "어쩔 티브이? 저 바보 또 저러네" 하는 표정으로 호랑이를 대놓고 비웃고 있죠.


이게 바로 조선식 ‘밈(Meme)’이자 풍자였습니다. 여기서 호랑이는 백성들을 괴롭히던 꼰대 탐관오리나 권력자들을 뜻하고, 까치는 그런 꼰대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똑똑한 서민들을 뜻하거든요. 대놓고 욕하면 목이 날아가니까, 그림판(종이)에다가 호랑이를 바보로 그려놓고 온 동네 사람들이 화첩을 돌려보며 낄낄댔던 겁니다. "야, 김 대감 얼굴 요새 완전 저 호랑이 꼴이더라?" 하면서 말이죠. 완전 ‘조선판 스케치 코미디’ 아닙니까?


조선 시대 민화 작가들은 해부학적 비례? 투시 원근법? 그런 거 신경 안 썼습니다. "에이, 재미만 있으면 됐지, 힙(Hip)하게 가자고!" 하면서 책거리(책장 풍경)를 그릴 때도 위에서 본모습, 옆에서 본모습을 한 화면에 다 때려 박았습니다. 피카소가 입체파를 창시하기 몇백 년 전에 이미 우리 조상님들은 ‘조선식 큐비즘’을 완성했던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 박물관 가서 화첩이나 민화를 보실 때 너무 엄숙한 표정 짓지 마세요. 그 그림들은 애초에 진지 빨고 보라고 만든 게 아니라, "한판 크게 웃고 스트레스 풀어라!" 하고 던진 조선의 예능 프로그램이니까요. [본관 2389] 화첩을 남긴 선배 작가님이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 온다면, 분명 제 어깨를 치며 이렇게 말할 겁니다. "야, 너도 마감 치느라 힘들지? 내 화첩 보고 한판 웃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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